나한테는 아들이 둘 있다.

연년생이다.

물론 큰놈이 또래보다 많이 크고, 작은 놈은 호리호리해서 둘 차이가 더 많이 나 보이긴 한다.


작은 놈이 좀 더 애교스럽고 귀염상이라 어릴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작은 놈 이쁘다는 말을 많이했다.


그럴때마다 옆에서 주눅 들어보이는 큰 놈을 난 더 안아주고 이뻐해줬다.


나중에는 마누라가 "오빠는 둘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 라고 말할때까지 내가 큰놈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빛과 작은 놈을 바라보는 덤덤한 눈빛이 그렇게 티나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내가 둘을 바라보는 눈빛이 같아지긴 했지만.. 난 이전에는 티내고 큰 놈을 더 이뻐했다.

그럴수록 작은놈은 나에게 이쁨 받을려고 더 애교를 부렸었고.. 이건 전적으로 아비된 자로서 명백한 나의 잘못 인정이다..


얼마전에 애들이 포켓몬 카드를 사달라고 해서, 아마존에서 원라는 걸 고르라고 했다.

큰 놈은 그냥 평범한 24불짜리 카드세트를 골랐고.. 작은놈은 1장에 15불짜리를 골랐다.

젠장.. 종이카드 한장에 15불??

이건 아니다 싶어.. 좀 더 카드가 많이 든, 더 비싼 다른 카드셋을 샀다.

두 물건이 도착했을때 큰놈하고 작은놈에게 포켓몬 카드셋을 하나씩 선물해줬다.


당연히 .. 늘 그랬듯이... 기뻐서 날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포장을 뜯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실제 카드를 보는 순간... 자기가 원하는게 아니라며 그렇게 서럽게 우는 둘째놈을 보게 되었다.


난 한장짜리보다 더 많은 카드가 든 세트를 사줬길래 좋아할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둘째놈은 그냥.. 자기가 원했던 그 카드 한장이 필요했던 거였다.


이유인즉슨...


늘 형님한테 포켓몬 카드 싸움에서 지기 때문에 자기가 이길수 있는 파워 쎈 카드를 자기는 갖고 싶었던 거였다. 포멧몬 카드 싸움이 뭔지 몰랐던 나는 그냥 카드수가 많으면 좋은지 알았기에 둘째놈의 그 간절함을 몰랐던 것이었다..


사실 어린 두 놈이지만.. 작은놈이 큰놈한테 형님, 형님하고 부른다. 장모님께서 어릴때부터 잘 가르친 덕분이다. 주변에서 우리 애들이 형님, 동생 부르는걸 신기해하면서 귀여워한다.


그런 분위기이고 또한 그렇게 가르쳤기에.. 형이 동생하고 뭔가 게임을 하면 늘 이긴다.


사실 머리의 총명함은 작은놈이 좀 더 나은거 같다.. 그런데 게임만 하면 큰 놈이 이기기에... 난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큰놈이 자기의 위세로 작은놈을 누르는 것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옆에서 관찰해온 애엄마도... 큰놈이 모든 게임을 자기 유리하게 이끌어간다고... 그렇게 말도 했고....


오늘... 간만에 낮술 한잔하고 얼근히 취해서 헤롱헤롱하는데... 저녁때쯤 애들이 옆동네 친구집에서 놀고 귀가했다.


그러고는 어저께 프레드마이어에서 산 쥐잡기 게임을 같이하자고 큰놈이 그렇게 조른다.

술도 먹고 피곤하기에... 온갖 핑계를 다 대고 넘어가려하는데... 또 작은놈이 소파에 앉아서 그렇게 서럽게 운다.

왜 우냐고 물으니... 형님이 모든 게임에서 이기니.. 자기는 형님하고 게임하기가 싫단다...

은근히 큰놈에게 화가나서... 작은놈을 달래서 나랑 편먹고 게임을 같이 하자고 했다.. 아빠랑 같이하면 이긴다고..


마누라랑 눈빛교환을 하고... 어떻게든 작은놈을 큰놈의 꼼수에서 이기게 해주려고... 가족 4명이 모두 쥐잡기 게임에 몰입했다.


난 그냥 매번 자기 유리한대로 게임을 이끌어가는 큰놈에게 작은놈이 이기게 해주고 싶었고... 큰놈이 도대체 어떻게 자기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어가는지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난 처음으로 8살, 7살 먹은 아들들과 보드게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큰 놈이 왜 늘 이기는 지를....


......


큰놈은 분명히 자기 욕심이 있다. 승부욕이 있다. 그리고 자기가 잃은 포인트에 대해서 기분이 나빠한다.

좋은 점이다. 승부욕 없이 살아온 나를 안 닮은 것 같아 은근히 기쁘다. 물론 게임은 정당하게 한다.


문제는 둘째놈이다. 이 놈은 퍼주기를 좋아한다. 자기가 아끼는 것도 스스럼없이 남에게 주기를 좋아한다. 

평소 분명 똑같이 사준 장남감인데 나중에 보면 큰놈이 작은놈보다 두 배를 가지고 있다. 큰놈에게 왜 동생것을 뺐냐고 물어보면.. 아니란다.. 그냥 작은놈이 놀다가 그냥 이거 형님해...하고 주는거란다. 작은놈은 늘 주기를 좋아하고, 큰놈은 자기 손에 들어온건 다시 자기 주머니에서 안나간다..


그냥 그 차이였다. 게임을 하면서도 큰놈은 이기는데 집중하고, 작은놈은 그냥 남에게 자기 것을 주는데 집중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웃긴다.. 분명 애들이 애기였을때는 둘의 성격이 반대였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부부의 애들에 대한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


큰 놈이 주사위를 굴려서 남의 카드를 한장 뺏는 권리가 생기면.. 작은놈이 먼저 "형님.. 내꺼 뺏어가~" 한다.

나랑 애엄마가... 슬찬아 가만히 있어.. 마루형님이 아빠나 엄마꺼 뺏어가도 돼.. 먼저 가져가라고 하지마... 라고 말해도... 늘 자기것을 먼저 내놓는다.


둘째놈은 그렇게 늘 질수 밖에 없는 마인드로 게임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늘 게임에서 지는게 서러운건지... 형님을 이기기위한 레벨 높은 포켓몬 카드를 원하고...지는 게임에 억울해서 운다..


쥐잡기 보드게임이 끝나고 큰놈을 따로 불러 조용히 떠봤다.


"마루야.. 슬찬이가 늘 져서 너랑 게임하기 싫어하잖아. 니가 좀 양보해줘서 동생이 이기게 해주면 안돼?"


그러자 큰놈이 억울한 듯 말한다.


"아빠.. 아니야.. 난 맨날 방법대로 하는데.. 슬찬이가 매번 안좋은거 내고 진단 말이야.. 내가 지려고 해도 슬찬이가 더 약한거 낸다고.."


....


모든 상황들이 정리된다. 좀 더 총기가 있다고 생각했던 들째가 늘 게임에서 지는 이유는 큰놈이 형님의 권위를 내세우며 윽박지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큰놈은 평범한거고.. 작은놈이 지는 게임을 스스로 해왔던 것이었다.

머리의 좋고 나쁨이 아니고... 큰놈과 작은놈의 위계질서도 아니고.. 그냥 성격 차이였다.


내가 가지지 못한 승부욕이 큰 놈에게 있고,

내가 가지지 못한 베품의 마음이 작은 놈에게 있다.


좋아야할지 안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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