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술에 찌들어 살면서... 책은 한줄도 보지 못했다..


첨에는 공부한다고 깝땁됐는데..


원체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에..부모의 과잉보호속에서 고생한번 해보지 않고 자라던 놈이었던지라..평생 첨해보는 노가다에..상당히 많은 체력저하가 왔나보다.. (퍽!)


집에 오면..멍한게... 미친 놈 하늘 쳐다보듯 한다..


이제 직원 80여명이.. 아니.. 온 동네 소문 다났다..


뽁떡이 술고래라고..


제길... 첨에는 그렇게 .. 술 못마신다고 빼고... 자제하고... 숨기려(?)했는데..


맨날 아침에 조교(?)가 되어 앞에서 체조하는데..


눈이 반쯤 감기고..아니..반은 졸면서 하니까..별명이 "반눈"이다..


나에게 하는 아침 인사가.. "어이..정기사 .. 어제는 누구랑 마셨나?"


첨에는 인간관계..친구사귀기 등의 아주 거창한 대의명분으로 마신다고 스스로 위안했는데..곰곰히 돌아보니..이건 아니다 싶다.. 


이제는 도를 지나쳐.. 있는 친구까지도..떠나버릴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외쳤다..


"내가 앞으로 술마시면 개다.."


물론 일전에 난 이미 개 된적이 많다고 했지만.. 다시 다짐했다.


오늘 사무실에서..새로온 경리 아가씨가.


"정기사님.. 오늘 은아(옆 사무실 비서아가씨)가 술한잔 산다는데.."


"아..됐어..나 이제 술 안마셔.."


"에이..그러지말고.. 오늘 가요.."


옆에서 서류 작성하던 고참이 한마디 한다..


"엥? 뽁떡이 .. 왜 안마시노..오늘 땀도 많이 흘렸는데.. 조개구이랑 한잔 어때?"


* 내 별명은 한두개가 아니다.. ex)술고래.. 한병만더(맨날 술마시면 한병만더 외친다고).. 말복(쓰바..키우는 개이름도 중복인데..내가 말복이라니..).. 뽁떡이.. 반눈...


난 비장하게 외쳤다.


"다시는 술 안마십니다..내가 앞으로 술 마시면..갭니다..개"


난 그때... 그렇게 우리 회사 사람들의 마음이 일치단결하는지 첨 느겼다..


그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류정리하던 박기사.. 그때 옆에있던 김기사.. 우연히 지나가다가 말을 들은 김대리..그리고 심지어 새로운 경리아가씨까지.. 동시에 외쳤다.


"그럼 개네!!!"


더이상 할말이 없다.


내일 토요일 잡힌.. 유미. 은아. 미옥. 다른 사무실에 새로운 80년생아가씨..와의 술자리를 마지막으로 진짜로 은퇴하련다..


....


ㅡ.ㅡ;;

 



200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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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반장님의 아이 100일 잔치라..


직원들과 놀러가서..술 이빠이 먹었다... 그리고 2차갔다..


회사에서는 막내라...늘 온갖 심부름 다하고..등등..


아무튼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그렇게 먹은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깬것이 아니라..누군가의 깨움에 일어났다..


경찰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어딘지도 모르고.. 아무튼 길거리였다..


"이봐요..여기서 주무시면 어떡해요...일어나세요.."


"어?..여기가 어디요..?.. 아저씨들 왜 그래요?"


"신고 들어왔어요.. 얼른 정신차려서 집에 들어가세요.."


일요일 아침이라..왕래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론은 술먹고 길거리에서 쓰러져 잠든 것을 시민이 보고 신고한 모양이다..


그래서 경찰들이 온거고..


아..~ 열받는다... 어제 2차후..아주 좋은데 간다고 한것 같았는데..


전혀 기억이 없으니...씁..재밌게 놀았는지..아닌지...내가 왜 거기에 가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없다..주머니에는 동전하나 없고..전화기는 밧데리 다 되었고..


최악의 상황..


마침 부구였던지라... 터벅터벅 걸어서...한국전력사택에 있는 누나집으로 갔다..


몇시인지도 모르고..아무튼 누나네 초인종을 눌렀다... 대답없다..


한시간여를 계단앞에 쪼그리고 자다가 일어났다..여전히 집에서는 대답없다.


최악의 상황 2...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자..어떡하면 이 난관을 멋있게 타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주머니에는 잃어버린 것은 하나도 없다..전화기 지갑 ..다 있다..물론 그 가치를 사용못하게 된 빈지갑..약 다된거였지만... 사무실 열쇠..차키도 다 있다..


한가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안경.. 제기랄..내일부터 일 어떻게 하지..


99년 여름... 98학번 형석이와 길거리에서 쪼그리고 잔 이후로..간만이다..


체력의 한계..오링된 체력을 느끼며...좀더 건강에 신경써야 겠다고 다짐..


결론은..그냥 집에 가자...다시 터벅터벅 걸어서 부구 터미널로 갔다.


바지한켠에는 흙이 묻어있고..머리는 산발이었고,,얼굴에는 개기름..줄줄...


걸어가는 동안 주위의 사람들이 슬슬 피하는 것을  만끽하며 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 탔다..


"아저씨..울진요.."


집앞에 도착.....


"얼마요?"


"XX 입니다.."


씁 더럽게 비싸네..


"아저씨요..잠깐만 기다리소..저기 저 집이 우리집인데..돈좀 들고 나올께요.."


그리고 택시비를 지불했다..


집에는 아버지 혼자.. 엄마는 관광갔고...작은 누나 역시 경주에 놀러갔단다..


그러니까..열심히 초인종 눌러도 없지..씁...가는 날이 장날이라고..씁..


시계를 보니 11시.. 난 아침 7시정도인줄 알았는데...상당히 시간이 지났군..


"너 어디서 자고 오노.."


"허허...그냥..놀다가 왔어요.."


죽어도 길거리에서 쓰러져 잤다는 말을 쪽팔려서 못했다.


샤워한판 때리고..밥 먹고..잤다...


저녁먹으러 다시 일어나서..밥 먹고..놀다보니..왠 거인이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춘천에 있는 동생이 온 것이다..


간만에 보니까..왜 그리 크던지.. 내 동생..


나랑 키가 비슷한데... 맨날 작은 사람들만 보다가... 이 놈 보니까..


헉하고 숨이 막혔다...


업어키우던게 엊그제 같은데..벌써 이렇게 자라다니... ㅜㅜ...


내일 회사가서..과연 어떻게 되었는지..찬찬히 살펴야겠다..흐흐흐...


...


200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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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의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전화왔다.


"여보세요.."


"어..뭐하노?..집에 왔나?"


"어.? 박기사님..예..훈련 끝나고 들어왔어요.."


"그래..뽁떡이..(회사서는 날 뽁떡이라 부른다.) .. 오늘 술한잔 하자.."


"예..좋죠 뭐..."


"그럼...10분뒤에 집앞에 나와.."


그리고 날 데리러 온 박기사..김대리님과 함께..읍내..(흑흑..시내라 칭하지 못한다)의 술집에 갔다.


가니..소장님..차장님..김기사.. 사무실 직원들 다 있었다.


그리고 해물탕..닭도리탕에..소주한잔..두잔..세잔...다방커피 한잔..두잔..소주 네잔..


회사의 막내이자..귀염둥이..재롱꾼인 뽁떡이는 여전히 재롱으로 사람들을 웃기며..한마디 했다..


"여기요...한병 더요.."


먹고 헤어지고..주영이한테 전화했다..술집이란다..갔다... 또 마셨다..


"여기요... 한병 더요.."


다음날...온 몸에 술냄새로 떡칠을 하고 회사로 나갔다.


어제 들은 대로 코딱지는 없었다...없는게 오히려 편하다..


5월 31일부로 관뒀단다.. 물론 내가 봤을때 짤린건지 관둔건지 구별은 안간다..아무튼..


난 첨에 입사해서..서로 바빠서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을때..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며 터득한 모든 일들

을..


코딱지의 정신연령과 싸가지, 아이큐 등등을 생각하여..한달여동안 꾸준히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르쳐주고 예비군 훈련가기 전에는 모든 것을 친절히 소설쓰듯이 다 써주고 일일이 한번씩 시범보이며 가르쳤다....


결과는?


나의 완전한 패배였다..


그녀..아아..~~ 거룩한 그녀..


6월 1일 회사에 간 나는 안그래도 숙취에 정신없는데..그녀가 저질러놓은 일들에 현기증을 느꼈다..


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월말..일이 좀 많나... 최소한..못해도..30일까지의 일은 정리되었고, 급한 불은 꺼둔줄 알았다..


아~~ 난 아직까지 코딱지의 위대함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일은 엉망이었고, 노무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듯하며, 그동안 내가 해놓은 업무 파일까지 엉망으

로 만들어놓고 그녀는 토꼈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는지 분별이 서지 않았다... 


아~~ 아~~ 위대하고 거룩한 그녀여....


난 다짐했다..그 대가리에 돌만 찬 싸가지 밥 말아 처먹은 year를 길거리에서 만난다면 한마디 해줄 것이다..


"안녕하세요..잘 지냈어요?"


으으윽..이게 현실이다..어쩔 수 없다..


어제의 일이었다.


오늘..6월 2일.. 정신차리고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몇개의 급한 일을 마무리 하고..


저녁이 되어 출면카드를 나누어주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이거 장난하는거야..? 카드 줄려면 얼른얼른 주던지..며칠동안 안주다가 주다가..뭐하는거야..그리고 5월거 주면 뭐해..6월것은 왜 안주는거야?"


어차피 5월 월말 정리를 해야..노무비가 나가고..6월 것은 1일하루치뿐이었다..친절히 사정을 설명하고 내일이면 모든 것을 정리하여 제대로 준다고 하였으나..끝까지..궁시렁 투덜..씨불대었다.


카드에 월급명세서를 나누어주느라 몸이 두개도 모자라는 판에..게다가..내 딴에는 하루종일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일을 처리했는데 궁시렁 되는 것이 너무화가 났다..


씨발 개 코딱지... 감히 이름조차 담기 어려운 거룩한 그녀를 한번 씹어주고..


궁시렁 되는 그 분을 친절히 쏘아보았다..


주위에서는.


"에이..정기사 참아..그냥 무시하고 얼른 나누어줘.."


난 더이상 주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씨 좋은 분은 끝까지 궁시렁대며 욕설을 퍼붓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또한 나의 포근한 눈빛

을 감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이..이보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잡고 감싸안았다..내가 좋은 모양이다.


"씨팔새끼..사람 낮춰보나?"


아아~~ 사람들은 충격을 금하지 않는 눈빛을 가지게 되었다. 


항상 웃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하고 어떨때는 바보같기도 한 우리의 뽁떡이 정기사에게서 이런 면이....


아무튼 그렇게 상황 종료. 아무래도 왜소하고 허약한 나(186cm, 90kg)를 보고 불쌍히 여겨 입을 다물었나 보다..


..아..내가 화를 내다니..나에게서 이런 면이 있었다니..


역시..모든 일을 만든것은..그녀...이름만 들어도 오싹 전율이 느껴지는 그녀..


은미(가명, 20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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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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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의 명을 받고 김씨 아저씨의 차를 타고 강원도로 향했다.


초록의 우거진 산들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 잠이 들었다.


한 40분이 지났을까 목적한 곳에 도착해서 눈을 떴다.


환선굴 가는길, 태백이라는 이정표등이 눈에 띄었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가곡자연휴양림이 있는 삼척시에 포함되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이 마을.. 길을 따라 군데군데 들어서 있는 대청마루가 있는 옛 집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계곡 건너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개작된 듯한 계단식 논 밭들.. 그리고 그 사이에 나있는 길..


완전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목적을 가지고 우리는 이 곳에 왔다.


우리는 한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주인이 없었다. 기다렸으나 언제 올지도 모르고 시간도 없었다.


할수없이 그냥 집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집 옆에 있는 개집으로 향했다. 순한 개였다. 짖지도 않고 그냥 개집속에서 으르렁 대기만 하고 있었다. 


"이거 물면 어떡하지?"


"어우...나 한번도 안 잡아봤는데.."


"괜찮아..그냥 잡으면 돼.."


밧줄을 가지고 서서히 접근했다. 김씨 아저씨는 개의 목에 밧줄을 매기 위해 개를 어르고 있었다.


"쭈쭈쭈...착하지..이리와.."


개집속에서 경계하는 개를 달래는 자신의 모습이 멋적었는지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 천진난만한 웃음과 우리의 목적이 너무나 대조적인지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개의 목에 밧줄을 매는 것을 성공한 아저씨는 개를 집밖으로 끌고 나왔다.


"자..저기 나무위에 매어.."


"어우..아저씨..나 이거 못해요...어떻게..."


"괜찮아...위에 걸어서 당겨.."


난 밧줄을 나무의 가지에 걸쳤다... 그리고...힘껏 당겼다.


공중에 떠버린 하얀개.. 


"컹컹..커커컹...컥컥.."


자신의 목숨이 여기서 끝날 것을 알았는지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 


난 밧줄이 혹시 끊어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면서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눈이 허옇게 뒤집히며 거품을 무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개의 숨이 완전히 끊어질때까지 계속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커...커..커....컥..커..."


점점 소리가 약해지며 네다리를 주욱 늘어뜨리며 개는 숨을 거두었다. 


"부디 다음 생에서는 짐승으로 태어나지 말아라.."


속으로 명복을 빌어준뒤 난 개를 내렸다. 완전히 늘어진 개를 들어 차에 실었다. 


우리는 토치와 가스..그리고 수세미를 사 들고 계곡으로 갔다. 


냇가의 돌위에 죽은 개를 올려 놓은 뒤.. 토치에 불을 붙였다. 개털타는 매퀘한 냄새를 맡으며 온몸 구석 구석을 불로 태웠다. 나무가지로 탄 털을 털어내며 계속 불로 지지고 난 뒤..


수세미로 완전히 씼어냈다. 


첨에는 죽은 개가 너무나 불쌍하여 죽은 그 얼굴을 볼 수 없었으나 털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에 씻어 놓으니 그때서야 개가 아닌 고깃덩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앞다리와 뒷다리를 닭 다리 뜯듯이 잘라내어 물에 씻어서 바구니에 담았다. 


아직 체온이 남아서 뜨끈뜨끈하고 물컹한 고기 덩어리를 씻자니 군대때의 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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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뽁떡이 .. 애들 몇명 데리고 취사장으로 나와!!"


행정보급관님의 말에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부하사병 몇명을 데리고 취사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어디서 데려왔는지 커다란 돼지 한마리가 있었다.


"어..행보관님 .. 오늘 돼지 잡아요?"


"그래..오늘 회식하니까.. 니들 돼지 잡는거 도와줘.."


"어우..이거..."


아직 큰 동물을 죽여본적이 없었던 터라..마음이 불안했다. 


백정이라 부르는 취사병 고참 한명과 돼지를 우리 속에 넣었다. 


"잘 잡아.."


행정 보급관은 킁킁대서 서성이고 있는 돼지를 보며 함마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돼지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컹!! 머리 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돼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두다리를 높이 치켜 들었다.


그리고 이내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헐떡였다.


"으...~~"


도저히 보지 못하고 난 고개를 돌렸으나, 백정이라 불리는 그 취사병 고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칼을 들고 돼지에게 향했다.


그리고 숨이 남아 헐떡이는 돼지의 목을 칼로 푹 쑤셨다.


한번씩 숨을 쉴때마다 목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졌다. 백정은 계속 칼질을 해댔다. 


슥..슥... 온 몸에 피 칠을 한 그 고참이 악귀로 보였다. 이제 그 돼지는 역시 살은 짐승이 아니라 한개의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야..이제 옮겨.."


행보관의 명에 따라 우리는 돼지 다리를 하나씩 들고 취사장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펄펄 끊는 물을 부어 털을 제거해냈다. 


완전히 털을 제거한 그 돼지를 우리는 취사장에 옮기고 난 뒤 다시 소대로 들어왔다.


조금 쉬었을까... 백정 고참이 나를 불렀다.


"야..뽁떡아 너 할일 없지.."


당연히 병장 짬밥으로 하늘을 누르는 기세를 자랑하던 내가 바쁜게 있을 턱이 없었다..


"아뇨.. 바빠요.."


"에이..그러지 말고..나 좀 도와주라.."


"뭔데요?..힘든 일이에요?"


"아니..조금만 도와줘.."


"에이..도와주면 먹을 거 줄래요?"


"어..라면 한 박스 줄께.."


군대시절엔 누구나 그렇듯이 먹을거에 장사가 없다. 한두개도 아니고 한박스라니.. 난 소대원들의 환호성을 상상하며 취사장으로 끌려갔다.


그곳에는 일전에 잡은 돼지가 발린 고기가 되어 누워있었다..


"욱..이거 뭐에요?"


"어..돼지를 두쪽으로 갈라야 하는데... 좀 도와줘.."


"아쒸..내가 백정이요?"


"야야..힘든거 없어..그냥 한쪽만 잡아.."


우리는 갈라진 돼지 가슴을 한쪽씩 잡고...힘껏 눌렀다. 


뿌드드득!! 갈비뼈 깨지는 소리와 함께 돼지는 완전히 두쪽으로 갈라졌다. 


역시 무표정하게 칼질을 해대는 백정 고참. 저녁 회식준비를 위해서 바쁘게 고기를 발라내었다.


"아..이거 늦겠는걸....야.. 뽁떡아 너 고기 바르는 것좀 도와주라.."


"아우..나 못해요...씨.."


"괜찮아.. 좀 해줘.."


그리고 나에게 정육점에서나 볼 수 있는 칼을 주었다..


투덜대면서도 칼을 잡은 나는 그 고참의 시범을 보고 고기를 바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뼈에서 살을 많이 발라야돼.. 이건 이렇게..저건 저렇게.."


내키지않으면서 난 고기덩어리를 잡았다. 따끈따끈하면서도 물컹물컹한 그 느낌이 너무 싫고 징그러웠다.


"에이..후딱하고 들어가자.."


설겅설겅 칼질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난 나도 모르게 그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좀더 살을 많이 발라낼까..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바를까..


"어이..김병장님.. 우리 누가 빨리 바르나 내기할래요..?"


난 깜짝 놀랐다. 사람이 살인을 하다보면 그 쾌감에 더더욱 살인을 저지른다 했던가..


이젠 더이상 징그럽지 않았다. 그 따뜻한 고기의 온도가 오히려 손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난 양손에 피 칠을 해가며 열심히 신나게 고기를 발라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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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목을 따고 배를 가를 차례였다. 고개를 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것도 경험이다라는 생각에 그냥 보았다. 김씨 아저씨는 이제 몸통만 남은 개의 배를 좌악 갈랐다. 


"저기요.. 이거 가슴 가를 때는 중앙으로 칼질하고 나서 그냥 힘주면 갈라져요.."


윽..!! 군대때 돼지 가슴 한번 가른 경험으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을 하고 말았다.


"어..? 그래.. "


가슴을 가르고 내장을 꺼냈다. 허준이 스승의 배를 가를때 본 것이 이런 거였던가..


난 생물시간때 배운 내장의 위치가 과연 맞는 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요건 심장..요건 간..요건 창자.. 요건 ..어?..이건 쓸개네.."


난 간뒤에 붙어있는 녹색의 쓸개를 보며 배운 것과 실제와 들어 맞는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내장들을 물에 깨끗이 씻고 있는 동안 아저씨는 창자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개고기의 창자는 맛있기도 하지만 손질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이유는 알겠지만 속에 들어있는 음식찌꺼기(일명 똥)와 세균들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소금으로 버무려 빨래하듯이 깨끗이 씻어야 한다. 


위와 붙어 있는 소장..대장들을 일렬로 정리하고는 뱀을 따듯이 좌악 갈랐다.


소장부근에서는 소화가 덜된 음식찌꺼기가 나왔고, 대장쪽에서는 완전히 소화된 똥들이 주루룩 쏟아져나왔다. 그것 역시 물에 깨끗이 씻었다.


모든 고기들을 바구니에 담고 차에 실었다.


"우와.. 꽤 무거운데요..이거 보기보다 살 많네요.."


"그래..살 잘 쪘다.."


"야..이 정도면 20명이 먹어도 충분하겠다."


난 다시 몇년 전에 간 동아리 엠티때가 생각났다.


--------------------------------------------------------------------------------


"야들아 이거 씻어와라.."


"아..형..~!! 나 이거 못해요.."


"이것들이..하라면 해.."


"으...난 못해요.."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도 그렇겠지만 매년 엠티때 삼겹살을 주 고기로 해왔지만 오늘은 사범님이 특별히 개고기를 한마리 선물해주셨다. 


자루에 담겨져 있는 고기들을 씻어오라는 말에 후배들은 기겁을 했다..


"아이..새끼들..알았어..그럼 니들은 솥에다 불이나 때.."


난 자루를 들고 별장아래에 있는 냇가로 향했다. 


"씨뱅이들..이런 일은 항상 나야.."


웃고 있는 동기, 후배들을 뒤로 하고, 난 궁시렁궁시렁 대며 자루를 들었다. 


자루를 열자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욱!!"


코를 막고 자루속에 든 것들을 하나하나 꺼냈다. 


고기를 먹어 보긴 했지만 이렇게 통째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리 하나..둘....셋..넷.. 음..네개 다 맞군..요건 몸통..요건.."


윽!! 머리였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머리.. 


"음..이건 맨 나중에.."


다리와 몸통을 씼었다. 군대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간만에 할려니 다시 몸에 소름이 끼쳤다.


물컹물컹.. 주물럭주물럭.. 그렇게 씻어가는동안 난 다시 그 일에 빠져들었다. 만지기도 꺼려했던 것이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깨끗이 씻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야들아..이거 씻은거 솥에 넣어라.."


마지막 머리만 남았다. 난 얼굴을 정면으로 들고 말했다.


"아이고..요놈아... 잘 생겼다.."


그리고 콧구멍..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비며 구석구석 씻어주고, 입속으로 손을 넣어 이빨까지 고루고루 닦아주었다..


그 동안 친구와 후배들은 솥에다 된장과 양념을 넣은 뒤 고기들을 삶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술을 마실 시간이었다.


"야..고기 썰어라.."


"으..~~"


"이것들이..."


역시 그런 일은 항상 내 몫이다.. 난 잘 삶긴 고기덩어리를 들고 도마위에 올리고 설겅설겅 썰기 시작했다.


사범님과 선배들은 맛있다고 이미 먹고 있었고, 첨에 꺼리던 후배들도 어느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새벽이 되자 술에 취해 고기를 써는건지 손을 써는건지도 모르고 열심히 고기를 썰어 선배들에게 바치던 나.


물론 그날 우리는 20여명이 개 한마리와 함께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


"야..이거 사무실 직원들끼리 회식하기에는 많은 것 같은데.."


사무실로 돌아왔다. 고기들은 모두 피를 제거하기 위해 물에 담궜고, 다리한쪽과 가슴과 내장만 솥에 넣고 끊였다.


내일 회식하기 전에 조금 맛 본다고, 소장님 이하 몇명만 모였다. 


음..이건 간이군..이건 폐고..이건 지라..


좀전에 본 내장들이 잘 익어서 상으로 올라왔다.


"음..이거 맛 있는데.."


"개고기는 이렇게 먹어야돼."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어이..정기사..넌 왜 안먹냐?"


"원래 고기 잡은 사람은 못 먹는 법이야.."


"너 그래서 안 먹냐?"


"하하..아니요...좀 있다가 고기 오면 먹을려고요..내장먹으면 배부르잖아요.."


"하하하하..."


"정기사가 뭘 아네.."


난 살아있던 개의 표정과 고기가 되어 썰리던 모습.. 그리고 지금 상에 올라온 익은 것들을 보며, 참 세상 웃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기 한점을 집어 된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




200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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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다 받고 왔다.


그런데 훈련 가기 전에 전투화를 신는데..


전투화 목에...난 신혓바닥이라고 하는데..


왼쪽에 " XX와 영원히"


오른쪽에 " 사랑해 XX "


큭!! 그럼 앞으로 훈련을 다 받을때까지 몇년 동안 계속 이미 결혼한 여자와의 옛생각을 해야하는거야?


으으윽...


맨날 커플요금으로 핸드폰을 가입하던 연인들이 깨졌을때, 얼마나 고소해하고... 그 해지의 난감성에 얼마나 비웃었던가..


큭!! 나 역시 당하다니..그래서 전영록이 그렇게 외쳤나보다..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칫..그때 지워지는 것으로 쓸껄...으으윽...


그리고 누나 친구 미용실에서 일한다는 아가씨..허리선과 가슴이 이쁜 아가씨..


애 둘이 있는 아줌마였다..


내 팔자 그렇지뭐...푸하핫...항상..되지도 않는 것에 좋아하고 기뻐했나보다..


이것도 변태적 기질의 일종일까..


으으윽..


...


200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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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도 향방작계훈련을 받는다..


물론 28일부터 31일까지는 예비군 훈련..이상하게 두개가 겹쳐져..


오늘 일찍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6월이나 되어야 일을 나간다..


준비를 할려고 지금..전투복 바지를 입었다..


허어억..!!


그때.. 헐렁하게 입던 바지가..타이트해지는게... 타이트 정도가 아니라..


배가 땡긴다...아..~~ 신이시여...


분명..전투복바지의 질로 보아 줄지는 않았을거고..으으으..!!!


다시한번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이 절실히 드는 순간이다..


....



200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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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내가 없었으면..우리나라 전력 공급량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96년도에도 원자력 지을때 철근쪼가리 날랐지..


지금도 5호기 만드는데..심부름 하지..푸하핫..!!


내 아니었으면 원자력 발전소 완성 못했다..우헤헤..


소문으로는 울진에 대규모 원전단지를 설립한다는데..


아마 8호기 아니면 10호기까지 들어서고..북한의 전력공급도 이곳에서 할 것 같단다.


1호기 지을때만 해도..그렇게 반대하고 시위를 많이 했는데..이제 사람들은 덤덤하다..


정해진 수순이지만.. 사탕발림으로 2호기까지만이라고 외치던 당국도 언제 그랬냐는 듯 10호기 얘기가 나온다..


물론 난 원자력이 서는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견이 없다.


사람들...많이 반대했지만..솔직히 울진 사람들 원자력이 많이 먹여 살린다.


건설에 소요되는 인력도 그렇고, 월급날 술렁대는 거리의 흐름도 그렇고....


열심히 살아라..열심히 일하마..하하핫..


..



200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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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워낙 부시시한 용모를 단정히 할려고 미용실에 갔다..


일전에 말한적이 있지만 누나 친구네 미용실에 갔다..


현장에서 일하다가 바로 간것이라..신발은 안전화..


옷은 먼지가 더덕더덕...머리는 산발..수염은 며칠 안 깎아서..수더분...


지친 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나요..내 왔어요.."


하고 소파에 몸을 기대..미친 년 하늘 보듯이 멍하게 있었다..


같이 일하는 미용사 아가씨가 있었다. 마침 누나는 다른 사람 머리 만지고 있었고,,


그 아가씨가 자리를 털더니..나보고 앉으라고 했다..


어?..전에는 자세히 안 봤는데...이번에 보니까.. 꽤 이쁘네..


눈코입이 동그랗고 이쁜게... 상당히 귀여웠다..


(쳇.. 귀여운게 내 취향 아니었는데...)


키도 적당하고... 하지만 내 마음에 든 것은... 그녀의 몸매..


군살이 있는지는 모르지만..동그란 허리를 미끈하게 빠져나와.. 힙으로 연결되는 그 선이 평소 내가 입버릇 처럼 말하던 바로 그 꿈의 허리선이었다. 


호오~~ 울진에 이런 인재가..


앉았다..늘 그렇지만..항상 의자의 높이를 최대한으로 낮추고 시작한다..


내가 키가 커서 그런게 아니고..허리가 길어서 그런다..그말은 다리가 짧다는 소리!! 푸하핫..!!


그리고 나눈 짤막한 대화..


"어떻게 해드릴까요?"


"어..그냥..옆머리 뒷머리 치고...나머지는 좀 짧게.. 골라줘요.."


그리고 서겅서겅 나가는 가위소리..떨어지는 머리카락.....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뒤에서 내 머리를 만지는 그녀가 앞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이것이..


내 머리 뒤통수에..그녀의 가슴이 와 닿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서 다시 한번 가슴을 되집어 봐야겠다..


적당히 아담한 사이즈에..꼭 밥공기 엎어 놓은 것처럼 볼록하며 탄력있는...


그 위치가 가히 뇌쇄적이었고, 조금의 처짐도 없었다... 뽕브라에 대한 의심도 순간 일었으나...


외관상 그녀의 가슴은 내가 꿈꾸던 그런 가슴이었다.


허허...이거...이거..


머리 뒤에 살짝살짝 닿는 그녀의 가슴..


우헤훼훼헤..!!! 우훼훼후훼....


내 머리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완전히 닿일건데...우훼훼훼...


머리를 다 손질한 뒤.. 머리를 감았다.. 뭐 아는 사람은 알지만..난 머리감으면 손으로 툭툭 털면 끝이다.


마침 어제는 날도 추웠던지라..누나가 말했다.


"뽁떡씨..머리 말리고 가.."


"괜찮아요...뭐..집에 들어갈건데.."


"그래도 머리 말려요.."  --- 아가씨의 권유에...


"예.."


머리를 말려주는 그녀의 손길을 한없이 느끼고, 머리가 다 말랐다 싶었을때 일어서려 했다..


"잠깐요.." 하면서 그녀는 빗을 드는게 아닌가..


"머리 바를거죠?"


하하핫!! 역시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난 머리에 약 바르는거 정말 싫어한다..


"아뇨..괜찮아요.." 하고 일어섰다.


"누나 나 들어갈께.."


"예..안녕히 가세요.."


"예..수고하세요.."


인사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이 왜 그리 이뻐보이더냐...


집에 들어와 밥을 먹는데..부모님이 말씀하신다..


"니는 언제 장가갈거노?"


"아이고마..내사 공부하다가..장가 늦게 갈라네..내가 돈이 있나..뭐가 있나..벌써 여자 들이게.."


"야야..누가 돈 갖고 결혼하나..얼른 장가가서 잘 살면 되지.."


"아이고 치우게..날 좋아하는 여자도 없네.."


--------------------------------------------------------------------------------


오늘 회사에서 여전히 시간을 죽이며 있을때..옆 사무실의 직원이 왔다..


그리고 얘기하다가..


"여자 있어요?"


"하하..없어요.."


"그럼.. 은미(가명, 20) 꼬셔봐요.."


순간 헉하고 고꾸라질뻔 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었던지라..


대놓고.. 그런 년은 열트럭에 운전기사까지 끼워줘도 안한다고..하고 싶었지만..꾹 참고..슬며시 미소만 지었다.


그런 내 모습이 긍정으로 본건지..


"은미(가명, 20)정도면 괜찮잖아요..내가 도와 줄까요?"


난 정말 뭐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난 딜레마에 빠졌다. 성격이 그런지라..한번 아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가는 무슨 욕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긍정으로 받아들여질까봐...


어제의 이쁜 미용실아가씨의 생각으로 즐거운 하루가.. 여지없이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



200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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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쪽은 비온 뒤라 아주 맑고 화창한 날씨를 선보였나보다...


하지만 비는 더 와야 한다... 벌써 수돗물 공급중단사태까지 벌어진 도시가 있는가하면..


논이 말라 모내기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를 기다리며 시간을 끌었다가는 모판의 모가 더 길게 자라..이앙기로도 모내기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의 손으로 일일이 심어야 하므로 인건비가 많이 들어 농민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여기 울진?.. 하하하..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기상 캐스터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난 울진이 전국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늘은 우중충하며 금세라도 눈물방울 뚝뚝 흘릴 것 같이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는 대기 조차..


인내 뒤에 결국 햇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만다.


건설현장은 알다시피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이 끄리무리 하면..항상 비오길 기대한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바위에 던져진 계란처럼 박살이 난다. 


절대 비 안온다.. 괜히 사람 기분만 꾸리하게 만든다...


물론 날씨 자체가 구려서 꾸리한게 아니라..아~~ 오늘은 쉬겠구나 했는데..그렇지 못하게 되면..


괜히 일도 안 잡히고 싱숭생숭한거 있잖냐....~~?


난 비오는 날이나 흐린 날이 좋다. 괜히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화창하게 비치는 햇살사이로 보이는 맑고 밝은 세상은 왠지 나에게 거리감을 주게 한다. 


맑은 날 시야의 확보로 인한 더 넓고 멀리 보이는 사물들이  나에게는 다가갈 수 없는 현실로 느껴져서 그런건가..


아무튼 난 어릴때부터 비오는 날 일부러 비맞고 다녔다. 흠뻑 젖어 길을 걸어갈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가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늘을 향해 쏟아지는 비에 맞서며 크게 소리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항상 이렇게 하고 난 뒤에는 이런 일이 뒤따르곤 했다.


"아이고~~~!! 이 놈의 새끼..!! 오늘 옷 새로 갈아 입혀 놨더니..비 쫄딱 맞고 왔네..!! 얼른 벗엇!!!"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야단과 비를 동시에 맞으면서도 그것이 좋았던 것은...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은 어떻지.. 비 맞으면 대머리된다라는 말이 일반명사화 되어버리는 자연 파괴의 세상.


고기 잡고 멱을 감고 얼음을 지치던 동네 냇가는 더러운 꾸정물만 흐르고 있고, 


잔디위에서 뒹굴며 칼싸움을 하던 집 앞의 산은 개발로  깎여 부끄러운 속살만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난 음탕한 눈을 가진 쓰레기보다 못한 놈 소리를 듣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세계가 풀어나가야 할 진정한 평화의 길이다... 윽!!


각설하고.. 아무튼 비 한번 시원하게 퍼부었으면 하는 날씨가 계속된다...!!!


..



200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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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다. 현재 우리 회사의 구조도는 이렇다..회사 내 사정이 아니라..전체 공사의 가계(?)도..


총대빵 한국전력

| | |

대빵 (삼성 물산) 동아건설 한국중공업


협력업체 | | | | | |

XX개발(회사), YY건영, HH이노텍, DD산건 ......................


오후에 노무관리자 회의가 삼성본관 회의실에서 있었다. 물론 노무 담당은 나지만..현재 코딱지에게 물려주는 상황이라.. 코딱지가 가게 되었다.


시간이 되어 전화왔다.


"예..XX개발입니다."


"어..정기사? 오늘 회의 갔나?"


"예..갔습니다."


"누가 갔는데?"


"예..은미(가명, 20)가 갔습니다."


"아니..이사람아 아가씨를 보내면 어떡하나?"


"예..어차피 앞으로 은미가 다 할겁니다. 그래서 가라 했습니다.."


"안돼.. 차장이나 니가 와"


"차장님 지금 현장 나갔는데요.."


"그럼 정기사가 와.."


"아뇨..앞으로 은미가..."


순간 삼성노무담당인 남송규주임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야!! 정기사!!!"


야..? 정기사..?.. 어쭈..지가 날 언제 봤다고..학교 선배라는 소린 얼핏 들었지만..몇십년전 중학교 시절을 

말하는건가?. 지가 삼성 다니면..협력업체 사람은 다 자기 밑이야?.


성질이 팍 났다.. 남주임은 화를 내며 한마디 했다..


"정기사!! 니가 와!!"


반말..? 좋다 나도 더 이상 못 참는다..


난 "정기사 니가와" 라는 호통에..이렇게 받아쳤다..


"옙!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비굴한 표정으로 쪼로로 달려가서..


"아이고..남주임님..회의실이 어딥니까? ..아!! 예? 저쪽이라고요..예..예..알겠습니다..예..예.."


날 탓하지 마라..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다.


--------------------------------------------------------------------------------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비굴의 역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아리 연례행사인 2000년 여름 국토순례대장정..


며칠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룻밤을 묵고 출발을 할때였다..느적거리며 시간을 끌어서 그날은 10시정도가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100여미터를 걸었을까... 난 베낭의 물건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잠시 베낭을 내렸고, 세규라는 친구와 잠시 대열에서 처지게 되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야!! 너희들 거기 다 서!!"


둘은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았고, 그 곳에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한 아저씨가 삿대질을 하며 우리에게 오고 있었다.


"왜요?"


"너희들 거기 서라면 서!! 앞에 가는 애들 다 세워!!"


순간 난 철모르는 후배들이 또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고, 당시 친구 세규의 생각은..


내가 베낭을 다시 매는 모습이 채소를 서리하는 모습으로 비쳤는가 싶었다고 했다.


"아니..왜 그러시는데요?"


"잔말말고 앞에 가는 애들 다 세워...!!"


우리는 영문도 모른체 소리치는 아저씨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왜요? 왜 그러는데요?"


아저씨는 막무가내였다..자초지종도 설명하려 들지 않고 얼굴을 붉히며 계속 앞에 가는 행렬을 세우라고만 했다.


그래도 최고 학번이고 최고 선배였고, 성질 또한 최고로 좋았던(?) 둘은 화가 나 소리쳤다. 


"아니..아저씨가 뭔데 사람들을 오라가라 하는거요? 왜 그래요?"


우리 역시 얼굴을 붉히며 침을 튀겨가며 맞대들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소리쳤다..


"야..너희들 더운데 냉커피나 한잔씩 마시고 가!!"


순간 난 보았다. 같이 얼굴을 붉히며 목에 핏대를 세우던 친구의 얼굴이 순식간에 살살거리는 웃음으로 바뀌며 굽신거리던 것을..인간 간사함의 극치였던가...


물론 내 표정 역시 그보다 빨랐음 빨랐지 늦지는 않았으리라 자부한다. 


나는 아저씨에게 헤헤거리며 말했다..


"옙..아저씨..잠시만 기다리십시요..금방 데려오겠습니다.."


하며 난 앞서가던 애들을 불러세웠다..


"야!~~ 얘들아..잠깐 서..."


애들 역시...이제 막 출발하여 행보를 옮기는데 다시 세우니까 짜증난 모양이었다.


행군을 멈추며 돌아보는 표정에는 짜증스러움과 원망이 가득차 있었다.


"야..너희들 냉커피 한잔씩 하고 갈래?"


난 그날 두번이나 보았다. 인간 표정 변화의 무쌍함과 빠름.. 그리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간사함을...


그들은 가뭄날 단비를 만난 농부처럼 입이 가로로 찢어지며 전진할때 5분 걸린 거리를 단 1분만에 되돌아 뛰어갔다.. 내 뒷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그 아저씨의 집으로 초대되어 융숭한 대접속에 냉장고속의 음식을 텅비워버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프리카 메뚜기떼가 무섭다 했는가?.. 우리 후배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깨끗한 냉장고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아저씨 역시 젊어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 대학생들의 도보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고, 얼굴이 붉은 것은 그날 낮술을 한잔 걸쳤었기 때문이었다.


아낌없이 베풀어준 박성국아저씨께 감사드리고, 또한 강원도 산길의 긴 행보속에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린다. 


제길..제목과 영 엉뚱한 글이군..


..




200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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