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분노는 나를 자기희생과 박애정신이 가득한 하나의 성인으로 만들었다.


코딱지..니 인생은 그렇게 살아라...라고 속을 비워버린 나..


하지만..인수인계 시간의 촉박성에 의해...난 코딱지를 채찍질하기로 했다.


근데 이 코딱지는 도대체 머리가 뭘로 가득차 있길래..


친구 놈들이 내 머리속에 과연 똥이 차있는가 아닌가로 고민을 한적은 있지만..


이 코딱지는 정녕 똥보다 못 한것이 있음에 분명하다..


하도 열불나서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어 난동을 부릴 뻔 한 것을 초인간의 자제심으로 평정을 되찾았다.


일례 .. 이건 옆에 있어도 열받았다..오늘 오후의 일이다.


차장님 : 은미야(가명. 20세) 오늘 보내라는거 보냈냐?


코딱지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니요.


차장님 : (짜증스럽다는 듯이) 야..넌 왜 하라는 것 하나 제대로 안하냐? 오늘 내로 보내라면 보내지 왜 안보 내.. ? 지금 보내면..내일 출발하잖아..오전 중으로 보내라고 했잖아..


코딱지 :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아..시간이 없었어요..

(빨갱이 쥐 잡아먹은 새빨간 입술로 거짓말해도 이것보다는 진실이 스며 있을 것이다.)


-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말끝이 흐려지거나 표정에 비굴함의 궁색함이 엿도는데 이 년은 그것을 초월하여 신의 경지에 다다라 있다.


차장님 : (어이가 없다는 듯..비꼬는 투로) 그럼 내가 갈까?


코딱지 : (당연하다는 듯이) 시간 있으면 가세요.


순간 사무실 분위기 썰렁...~~ 내가 부끄러워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차장님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가 죽일 놈이지라는 섬광같은 표정만을 뒤로 남긴채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가셨다.


미르인들아..이건 단독 나만의 감정문제가 아니다..


한 회사의 모든 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제 솜터래기 기운을 벗은 약관의 가시나보고 심부름을 시키니까 하지도 않고 있다가 시간있으면 니나 가라고 되치는 것을 보고 어찌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각의 시간은 사건을 무마하기에 충분했고


다시 난 내 본연의 임무에 돌아서서 코딱지보고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한번.. 두번..을 되돌리며 다시 해오라고 지시하는 나의 의도를 전혀 모르는 듯..(뭐 늘 그랬지만)


전혀 심각성이 없었다. 난 농반진반으로 


"오늘 은미씨 나랑 야근하면서 일 해야겠다.."


코딱지 : (개선장군의 당당함으로) 난 절대 야근 안해요..


그 순간... 책상이 조금만 가벼웠어도 그녀의 머리에 작렬했을 것이다.


아~~ 인내는 쓰지만..그 열매는 달콤하구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


5시 40분..난 현장으로 사람들을 태우러 승합차를 몰고 나갔다.


나가면서 그 동안 퇴짜맞은 서류들을 수정해주며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


사람들을 데려오고 출면카드를 나누어주고 이것저것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6시가 넘었고, 


스쳐도 잘릴 듯한 아주 예리한 칼같은 그녀의 퇴근 시간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내 책상위에 새로 만든 서류만을 남기고 말이다.


난 이번에는 됐겠지 하며 그 서류들을 검토했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던가. 하지만 한번 당해봐라.


어느 교수인가 직장인인가가 외쳤던 5 - 3 = 2, 2 + 2 = 4 공식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 5-3=2, 2+2=4 공식 ---> 어떤 오해(5)도 세번(3)만 생각하면 이해(2)되고, 이해(2)하고 이해(2)하면 사랑(4)하게 된다는가...


난 밀렵꾼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에 복받쳐 하늘을 보고 포효하는 한 마리의 야수와 같이 울었다..


"으허허허헝~~~"


"야..~~! 뭔 일이야? " 하는 선임자의 물음을 뒤로하며, 그 서류들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씨바.. 내가 3을 2라고 고치라고 친절히 마킹해줬건만, 왜 가만히 있는 5를 6으로 고치느냔 말이다..)


아~~ 이것이 정녕 하늘이 나에게 주는 벌이란 말이던가..


내 비록 가는 곳마다 욕을 얻지 않은 곳이 없었고, 이때까지 떳떳한 티 하나 없는 부끄럽게 세상을 살아온 나지만 이것은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다.


제발 내가 궁색한 차림으로 냄새를 풍기며 너희들에게 다가선다 해도 절대 너희들은 날 버리지 말아다오.


살아생전 소원인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내 맘으로 인간이 되어 올라가마..


흑흑흑...


..



200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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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회사 갔다. 3일 무단결근만에 출근이다. 사람들 모두들 반가워한다 . 나를 나무라는 사람은 차장님뿐이다.

김대리님 박기사님은 2년 동안 한번도 무단결근이 없었는데..

내가 그렇게 회사의 룰을 흐트릴줄 몰랐다며 . .회사의 기강을 위해서 일을 그만두란다.

20일까지 하던일 인수인계 마치고 나간다고 했다. 차장님의 엄포였는지 뭐였는지는 몰라도..

김대리님 박기사님 나보고 난리다. 의리없이 계속 일한다는 소리 한마디 안하고 ,군소리없이 그만둔다고  했다고 나만 또 구박 받았다.  저녁때의 일이었다.

낮에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을 했다. 막내라서 평소하던..개밥주기까지..

회사에서 떨어진 산골짜기에 개를 키우는데..이름은 "중복"이다. 멀리서 차소리만 들려도 좋아서 미칠려고 한다. 밥주는건 알아가지고..하지만..너의 운명도 올해 중복까지다..


야근했다...할짓없어..현장에 쓰다남은 철근쪼가리 들고 운동했다..운동기구 살 돈이 없어서..흑흑..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미르 게시판을 확인했다..


모지명이라는 아이는 개인지 고양인지..제리를 목욕시켰다 하고..


김x진 이라는 아해는...아프다고 해놓고 애인 자랑하느라고 사람 염장을 지른다

이 놈은..신경성위궤양이고 뭐고...나처럼 삼일 밤낮을 피똥을 줄줄 흘려봐야 정신차린다..푸헤헤..

농담이고..얼른 나아서 여자친구 속 썩이지 말아라..헤헤..


미국의 국민적 사랑을 받는 입큰 개구리 줄리아 로버츠의 화신인 연수는..

결혼준비를 한단 말인가...흠...힘들일거 없이...그냥 연수나 다녀와라....(__)


그리고 체리양...13일 가입했는데..벌써 모임에 참석했단 말인가..전화번호로 봐서 강남 주변인듯하니.

그래서 번개에 참석했구만...그래도..아는 사람이 안 여인네에 국한된다니..다른 미르인들이 슬퍼하겠군..


아...달리기가 정년 사람의 배를 들어가게 한단 말인가..


허허허..달려야한다..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200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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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서울서 놀러왔다.


회사와 집을 오가며 친구들에게 노력할려고 했으나..능력이 받쳐주질 못하는 마음만이 앞설뿐이었다.


그네들을 보내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 일을 했다.


그러다가..긴장이 풀려서인지..거대한 철판에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찧고 말았다.


아팠지만..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며칠이 지나자..손톱이 시꺼멓게 변하면서 새끼 손가락이 엄지손가락과 크기를 비교하고 있었다.


굽혀지지도 않고...너무나 심한 통증에 병원에 갔다.


의사는 왜 일찍 오지 않았냐면서...


새끼 손가락 마디에 죽은 피와..연골이 엉겨붙어  더이상 관절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미 찧을때의 충격으로 신경은 몇군데가 상한 상태고..


무리해서 움직이면 아마 평생 불구로 살 수도 있다고  했다.


.................... 


하지만 난 이 새끼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에게...영원히 사랑할거라는 약속을 하기 위해서...


난 손가락 마디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그녀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



후기


1. 젊은 날의 객기로..움직이지 말라는 손가락을 움직여 평생 굽힐 수 없는 병신 손을 가지게 된 나는.. 그녀에게 구박과 멸시를 받으면 결국 그녀와 헤어지게 된다.


2. 뻥까지 말라며..그녀는 이런 식으로 많은 여자한테 써먹었지..하며 바로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


-------------------


손가락 다친것부터 해서 모두가 뻥이다...




200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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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이야...지켜야 하는 것이지..


상습적으로 약속 시간 안 지키는 놈... 버려..!!!


자신으로 인해 남들이 보는 피해를 생각지 않는 놈들은 버려.


약속 시간은 무조건 지키자...


....


200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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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중요성을 모르는구나.


밥이란...벼이삭의 껍질을 깐...쌀이라 불리는 곡식으로 물에 불려 끊여 만든..단순한 먹거리를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히 한끼를 배채울려고 밥타령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본능의 욕구..생존보존능력의 성욕또한 식욕이 바탕이 되어야하니... 이 식욕이야말로 인간 유지의 근원이 아닐까 한다.


이 중요한 본능을 해소함으로써 찌들었던 정신적 신체적 속박을 털어버리고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느끼면서 우정을 다져보자고 한 것이었는데..



...


200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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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감기 몸살로 약 먹고 일찍 잤다..


물론 아침까지 한번도 깨지않고 단잠을 자긴 했지만...새벽녘에 꾼 꿈은 좀 이상했다..


요즘들어 평소 꿈을 잘 꾸지 않았는데..


꿈의 내용은..대략...(물론 꿈이라는 것이 눈 뜨는 순간 휘발성물질처럼 사라져버리는 거지만..)


길을 가는데..사람들이 모여 웅성되고 있었다..

한 남자가 한 아이를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내가 나서서..인질범과 교섭을 벌였다..

그리고..인질범을 잘 꼬셔서 검거하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수는 인질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인질범만 잡아버린 것이다.

인질범은 말을 하지 않고 인질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경찰과 사람들은 분주되었다.

난 특유의 감각으로 다시 인질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터의 못쓰는 커다란 간판뒤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었다.(꿈이란게 원래 앞뒤..기승전결이 없으니까..하핫..)

그리고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난 친구와 동행하고 있었다. 그친구 가 누구였는지는 기억 안난다..

집으로 오는 길에 괜히 신발가게로 갔다. 그리고 신발을 골랐다. 그런데 내 발에는 어느새 새신이 신겨져 있었고, 그 신은 누구에게 선물 받은 걸로만 기억 되었다.

난 신발가게 주인과 어느 신발이 이쁜지 얘기를 했었고, 지금 신고 있는 신발과는 다른 스타일을 원한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신을 고르고.....등등등..물론 뒤에 자질구레한 얘기들이 조금 남았지만 기억은 안난다..


잠에서 깬 나는 내 나름대로 꿈을 요약했다... 


이건..신발을 새로 산 꿈이다... 회사 가는길에 이렇게 생각한 나는 저녁에 와서 꼭 꿈풀이를 해보자고 생각을 했고..지금 산수도인에서 꿈풀이를 해봤다..


결론은..


신발을 새로 사는 꿈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신발이라는 물건은 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나를 보호해주고 내가 의지하는 것, 즉 부모나 웃사람, 배우자 집,신분, 재산,직장 등을 상징하는 것이 신발이다. 꿈 속에서 새신을 사는 것은 도움을 주는 이가 나타나거나 환경이 바뀌거나 혹은 필요한것이 우연찮게 새롭게 생기는 것을 암시하는 좋은 꿈이다. 신발이 발에 잘 맞아서 기분 이 좋았다면 새로운 연인이 생기기도 한다  

-----------------------------------------------------------------


새로운 연인이 생기는 그런 복에 넘치는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환경이 바뀌는 것도.. 필요한것이 생기는 그런 운도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쓰..~~ 결국..내 실수로 큰 일만 생기지 않았는가...꿈도 다 필요없다..


퉤!~~


...



200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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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들었다..


"어제 XX 결혼했데.. 아냐?"


"어...결혼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어제 했구나.."


"푸하하하... "


"왜 웃냐?"


"어제 동희하고 그 얘기하면서..너 갈굴 생각하나 너무 좋아서 둘이 한참 낄낄 됐다.."


"씁새...사랑하는 사람을 결혼이라는 돌아오지 못하는 머나먼 강너머로 보낸 친구를 위로는 못할 망정 갈 굴 생각을 해?"


"시끄럿...아무튼...고소하다..씁새야..."


"개쉐이..!!"


결국 결혼을 했구나... 그랬구나..그랬었구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슴저린 사랑을 알게해준 그녀가 결혼을 했다..


이미 끝나버린 사이지만..미안했다라는 말 한마디는 해주고 싶었는데...


먼훗날 우연히 한번이라도 마주치길 바라면서..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다..


....


휑한 느낌을 가지기엔 너무나 닳아버린 가슴을 어루만지며 하늘을 보며 다시 한번 웃어본다..


"키키키..으히히히히......"


...



200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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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이트에 들어가서 채팅을 했다..


어떤 여자를 만났다..중국여자였다..자신의 이름은 팅팅이었다...Chen ting ting..


그녀는 나의 영어명을 steve라 지어주었다..


채팅이 끝나고.. 메일을 보냈다...몇장의 사진과 함께...(이빨 깨진 사진은 평소 즐겨 보내주는 거였지만..이 때만은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답메일이 왔다..


니 사진을 보니..스티브라지어준게 딱 맞는거 같다고..여행좋아하면... 중국 놀러오라고..ㅡ.ㅡ


그리고 한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



사진파일이름이 marry3.jpg다..아마 결혼한 여자일듯..!! 썅..!!~~~


...




2001-04-19




* 그때 그녀가 지어준 steve 라는 영어명... 지금 쓰고 있는 나의 영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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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잠이 부족해 아침 5시 30분 알람에 대충 정신을 차리고...


40분 알람에 좀더 정신 차리고..50분 알람과 함께 들어오시는 어머니의 깨움에 억지로 일어난다..


씻고 밥 먹고..옷입고 집앞에 나서면..6시 20분에 출근 차가 온다..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면 6시 40분..50분이 되면 싸이렌 소리와 함께..


친근한 음악이 들려온다..


"빰빠라라라... 국민체조 시작..하나둘셋넷..."


70명의 현장 노동자들 앞에서 체조를 하고 조회를 한다..


"예..반갑습니다..지금부터 아침조회를 하겠습니다.."

"전방에 힘찬 함성 발사!!"


"으으아아아.."


"10대 안전 수칙을 복창하겠습니다.."


"개구부는 발생 즉시 막는다.."


"개구부는 발생 즉시 막는다.."


"난간대는 반드시 설치한다."


"난간대는 반드시 설치한다."


10대 안전수칙이지만..두개만 외우고 끝낸다..어느 세월에 그거 다 외우나..


"예! 안전 구호 하겠습니다..금일의 안전구호는 안전제일 좋아입니다.."

"안전구호 준비!!"


"어잇!!"


하며 사람들은 한손은 허리에 한속은 검지만 펴고 손가락질 하는 자세로 내민다..


"안전 제일!!" 하고 내가 외치면..


사람들은 후창한다..


"좋아..좋아..좋아.."


그리고 나서..주루룩 몰려들어 앞에 모두 앉는다...


"예..출석 부르겠습니다.."


"김X현씨"


"예"


"김X희씨"


"예"


"김X기씨"


"예.."


출석을 모두 부르고 간단하게 한마디 한다..


"오후에 출석 체크 하지 않으신 분은 공수가 누락되니 꼭 체크하시고, 퇴근하시기 전에 출면카드를 받아가십시요.."

"소장님 하실 말씀 있습니까?"


"없다."


"예..이것으로 아침 조회를 마치겠습니다.."


사람들은 흩어져서 각 반별로 모여 금일의 작업 지시를 받고 공구를 챙겨 차안으로 들어간다..


난 후다닥 들어와서 출석체크 한 것을 검사하고 지각자 체크하고..


차안으로 가서 작업자들을 현장으로 태워준다..(차 3대가 움직이는데 12인승 한대가 내 몫이다)


현장에 태워주고 올라와서..각 반장들에게 작업일보를 받아서 일일 출력 인원표를 작성한다


원래는 내가 했지만..이제는 코딱지 만한 아가씨가 새로 왔길래..넘겨줬다.


그러고 나서 일일출력인원표를 삼성물산에 제출하고 나면..할일이 없다..


논다...


이런저런 심부름하고... 현장사무실앞 작업장에서 용접하는거 도와주기도 하고..


다이앵글로 도면다이 만들기도 하고... 엠베드 그라인드질하기도 한다..


11시 40분이면 다시 현장으로 내려가 작업자들을 태워온다..


물론 나도 9시에서 11시 사이 할일 없지만..같이 있는 코딱지만한 아가씨는 더 할일 없다..


원래 현장으로 뛸려고 들어갔으나.. 사무실 아가씨가 없어서 3월 밀린 노무정리하느라고 잠시 사무실에 있기로 했다..


사실 3월 24일 입사해서 내내 12시까지 야근하고 들어온 첫날부터 생전 듣도보도 못한 용어들 사이에서 대가리 터지는지 알았다.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이제는 훌륭한(?) 노가다 관리 사무실 직원이다.


근데..소장이 가만히 보니..곰만한 남자새끼가.. 아침에 꼼꼼히 사무실 정리하고 커피 타주고..


(그동안은 정양이었다.)


하는 짓 보니 귀여운 모양이었다..사무실에 눌러앉아 버렸다..직책은 기사!


기사자격증이 있는 건축기사니 토목기사니 측량기사가 아니라..사무실 허드렛일 하는 기사다..푸핫!


이제는 사람들 모두..그냥 정기사라 부른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코딱지만한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년은 일 졸라 안하고 애인하고 맨날 핸드폰질에 뭐하나 시키면 바로바로 처리되는게 없었다.


내가 하는 일 다 물려주고 난 현장으로 나갈려 했다..사실 그게 돈이 더 된다..


친구 말로도..너는 노가다 체질이라서 현장에서 훌륭한 일꾼이 될 거라 했다.


얼마전 총무에게 말했다..이제 바쁜거도 끝나고... 다 정리되었으니..현장으로 가겠다고..


뺀찌 맞았다..그냥 사무실에 있으란다..아가씨가 아직 써먹을려면 한참 멀었으니..그냥 복학하기 전까지 있으란다..


아쒸..~~


사무실에는 대빵 소장.. 부대빵 총무(차장).. 안전과장.. 자재대리.. 공무기사.. 그리고 PAB,SAB,잡철분야의 반장 셋...나.. 그리고 코딱지만한 아가씨..가 있다.


낮이면 모두 현장으로 나가고..남은건 코딱지하고 나뿐이다.. 이것저것 결재서류 다 만들고 나면 할일이 없지만..일찾아 돌아다닌다.. 코딱지는 여전히 핸드폰문자질뿐이다..


사무실에는 누구나 싫어하는 안전과장이 있다. 나이 처먹고 나이값 못하고 이바구질만 하는 사람이다.


이바구질=노가리깐다=수다떤다.


삼성물산 현장소장의 매제 되는 빽으로 들어왔는데 현장의 안전을 책임 질 놈이 현장에는 없고 늘 할일없이 돌아다닌다.. 사고 생기면.. 즉시 달려가 수습할 생각은 않고..욕부터 늘어놓으며 이바구질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나보고 품질을 맡으란다..


품질 = 도면정리하고 수정도면을 각 반장과 현장으로 즉시 알릴 의무와...뭐..등등...한번에 200여장 들어오면 복사하고 순서 끼 맞추고..골 때리는 거다..


슬슬 나한테 넘기려 한다... 나랑 친한 자재대리와 공무기사는 말한다..


"좆같은 소리하지 말라 그래.. 지 그거 안하면 하는 일이 뭔데...정기사..절대 하지마라.."


"예.."


슬슬 안전과장의 눈초리기 따가와진다... 


사무실에는 손님들이 많이 들락 거린다..손님들 오면...눈치 팍 까고..얼른 커피를 타 주어야 할 코딱지는 핸드폰질에 정신이 없다..


그전에는 내가 커피를 탔지만...코딱지도 있는데 내가 하기엔 쑥스럽고..손님들 눈에도 보기 좋지 않을까봐..눈치를 슬 준다..


그래도 그 년은 핸드폰질이다..씨발..부셔버릴라..


이 년이 오늘은 3월추가공수를 정리하고.엑셀로 편집좀 하라면서 이것저것 지시하는데..

(내가 할려고 해도..엑셀은 내가 손이 느리다..꼴에 코딱지는 그거 자격증이 있더라..) 


한마디 한다..


"어...말이 짧아 지네요."


"어..왜요?"


"전요... 말 짧은 거 싫어해요..나이가 많아도..그러는거 별로에요.."


씨팔..누군 너 좋아한다냐...?


콱 밟아 문대버리면 터져버릴 코딱지 만한게 그런 소리 하니까..입이 씨가서 말이 안나온다..


씨가서=써서=>입이 씨겁다=같잖고 황당해서 말할 가치도 없다


참고로 그 코딱지는 82년 생이다..


현장작업자들은 동네 아저씨요, 아는 형이요, 후배요... 그렇다...울진원자력 발전소 울진 사람 먹여살린다.


난 알아도.. 몰라도..항상 예의를 다 할려고 노력하지만..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사무실 직원들과 현장 직원들 사이의 괴리..그리고 각 반들의 팀끼리의 불화..등등..문제가 많다.


하지만 나의 진심어린 정성에..이제는 항상 나를 향해 웃어주고 인사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서로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러나..꼭 같지도 않은 되먹지 않은 젊은 놈들이 있다...싸가지는 밥 말아 처먹어서 노가다 좀 오래 한것이 그렇게 유세인지..별 오지랍떠는 놈들이 몇 있다..


개쉐이들..내가 맘만 먹으면..일당 못 받아간다는 생각은 못하나 보다..


내가 노가다현장의 노무담당인걸..푸하핫!!


노가다 ... 노가다란 말은 일본말로 좋지 않은 어감이나..나의 실생활의 생생함을 주기 위해 노가다라는 단어를 쓴다. 우리나라 말로..막노동..하핫..좋게 말하면 건설현장노무자....


노가다 현장이 그렇듯..늘 일당에 흘러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도 현 80여명 정도이지만... 이틀이 멀다하고 신규자..퇴사자가 생긴다..


퇴사자야 퇴사 처리하면 되지만 신규자는 신체건강진단서, 등본, 사진, 도장을 받아야 하고 일용직원채용내신서, 근로계약서, 각서등을 작성해서 삼성에 출입증을 신청해야한다..


꼴에 원자력 발전소라고..출입증이 없으면 출입을 금한다..


이것도 내가 했으나..이제는 코딱지 한테 물려줬다.


그런데 이 출입증 담당하는 삼성놈이 또 가관이다.. 꼴에 무슨 출입증 하는게 유세라고 졸라 틱틱댄다. 지가 삼성이면 하도업체들이 지 발아래인가..


삼성물산이 한전의 수주를 받아서 공사한다지만..다 협력업체들이 모여서 공사하는 것인데..


지들은 그것이 대단한 벼슬인지 아나보다...게다가...정식으로 시험쳐서 삼성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다..


영광..고리 등..원자력 발전소 경력이 있었다던가..아니면... 울진내에서 현지채용으로 들어온 놈들이 디게 유세다..


건축이나 토목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바깥 일반 공사랑 원자력은 그 공사가 많이 차이 난다 한다..용접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원자력 내에서는 한전에서 다시 시험 본다..


막말로...(소장님...말하는거 보면..촌티 졸라 나면서 엄청 웃기다..재밌고 사람도 좋다)


"바깥에 그 새끼 손가락 만한 철근 만지다가 여기 손목만한 철근을 보면 감당을 못하지.."


자재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까.. 한번 사고 났다하면 골로 간다..


오늘도 철근 올리다가..철근이 떨어지면서 한 사람 깔렸는데...얼굴반쪽부터 옆구리 다리 다 터졌다.


소장님 옆에 있다가..억소리 나서 돌아보니까..사람 깔려있어서 꺼내주고 왔는데..


목에서 피 줄줄 흘리더란다.. 그 얘기를 왜 그렇게 웃기게 하는지...(원래 말투가 그렇다..)


노가다는 시간이 정해져있다..12시부터 1시는 점심시간이라..일해도 공수에도 안들어가고하니 사람들 다 잔다.. 물론 사무실은 고요하지만...조금씩 일한다...


아침...7시부터 8시까지는 나 졸라 바쁘다.. 체조하고 작업자 태워다주고 인원출력하고 작업일보 작성하고 신규자 서류 만들고 안전교육장 데려다주고 서류들 삼성에 제출할려면 졸라 빡시다..나뿐만 아니라 그 시간에는 다 졸라 바쁘다..


그 일을 나 혼자 다 할때..아무리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지만... 그 분주한 와중에 컴퓨터에 앉자 한글타자연습 두드리면서 타타탁 소리는 내는 사람이 있다..


그 코딱지 년이다. 


지금은 출력하고 신규자들을 코딱지에게 물려줘서 그나마 덜 바쁘지만... 그래도 이 년은 눈치가 없다. 갑자기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1시가 되면 사이렌과 함께..다시 출석 부른다..조퇴자들 확인이다..그리고 작업자들 태워다 준다..


오후가 되면 그 전날 출석자..지각자..조퇴자들에 대한 공수 정리를 한뒤 워드로 뽑아내서 차장..소장 사인을 받고 본사로 팩스 송신한다...그리고 5시 40분이 되면 다시 태워와서 출면카드를 나누어 준다..


출면카드=그날 그날 일한 공수를 적어서 작업자들에게 통보해주는 거다.


이렇게 하면 하루가 끝난다...


매일매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재밌다...


그러나... 어떤 일이라도...그곳에 안주하면 그 인생 밖에 안된다..


여기에 안주하면 난 노가다 인생밖에 남지 않겠지..


그래서 난 새벽 2시까지는 항상 공부한다.. 책사이로 대가리를 처박고 목이 뿌러져라 잠이 들어도..


책은 펴든다. 


이게 내가 하는 일이다....


..




200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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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만 벚꽃 축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울진도 원자력 발전소 한전 직원들의 사택단지에 벚꽃 축제를 한다...


가로수가 다 벚나무로 장식되어 있다면... 알만하겠지..


항상 그렇다..돈 많은 회사... 사택단지 잘 되어 있다..


포항의 포철사택단지도 그렇듯이..


누나가 거기 살길래..일 끝나고 갔다..


뭐..구경할것 있나..다..그 동네 사람들의 자신들의 축제인걸..


울진 내려와서... 매형이랑..친구분이랑..누나 친구가 하는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소주 한잔 했다..


참나..여전히..오늘도 몇잔 안 마셨는데.... 눈 두덩이가 묵직하다..


한달 뒤에도 같은 현상이 있다면..어디가서 죽어버려야지..


한낮의 따가운 햇볕아래의 방파제에서..물가재미 한마리 낚아..


회쳐서 초고추장에 소주한잔을 기울이며...


묵직한 눈두덩이 사이로 보이는 햇님을 반기며..


세상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바다로 뛰어들련다..


...................


.

200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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