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이는 몸과 손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정말 싫다.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하다...
뭔가 이물질이 묻어 있을 때, 그 손 끝의 감촉은 정말로 싫다...
난 손이 끈적한걸 못 참는 편이다.
과자를 먹을 때, 손에 묻은 과자기름...
어떤 사람들은 신경 안 쓸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옷에다 스윽 닦아 버릴 수도 있지만...
난 무조건 씻어야 한다. 만약 물이 없다면 입으로 빨아서라도 그 기름기의 끈적함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 끝이 찌릿찌릿하면서 그 손으로는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어진다.
남들 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은 놈이 유세떤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마다 특징적인 것이 한 둘은 있게 마련..
..
무지하게 술을 좋아하는 내가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던 사람들이 있다. 물론 지금은 피우지만..
남들 보다 술을 배로는 먹고 다니는 사람이 담배를 피지 않으니 신기해했던 것 같다.
술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따라 다니는 것이 소주에 삼겹살이다.
이건 여자들도 좋아할 만한 멋진 궁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삼겹살에 소주 별로 안좋아한다. 은밀히 말하면 삼겹살을 별로 안좋아하기 때문에 소주 안주로 삼겹살을 선호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것또한 사람들이 놀라는 이유중에 하나다. 삼겹살에 소주 몇 박스는 먹어재낄 것처럼 보이는 놈이 삼겹살을 안 좋아한다니..
그렇다고 입이 고급이라서 그런건 아니다. 그저 기름기가 너무 많고, 바짝 익혀서 과자를 먹는건지 고기를 먹는건지 헷갈릴 정도의 고기 식성을 가진 사람들하고 취향이 안 맞을 뿐이다.
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주의를 가졌다. 따라서 남의 삼겹살 먹는 형태가 맘에 안 드니, 차라리 내가 그 자리를 안가겠다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불로 익힌 고기보다는 물로 익힌 고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전에 월남쌈이라는 것을 먹어 봤다. 마트에서 산 얇은 만두피 같은 월남쌈을 집어들고 여러가지 채소들을 올려서 입에 넣을려고 했다.
그때 코끝을 찌르는 역겨운 냄새.
제대로 냄새 처리되지 않은 비닐봉지의 화학약품 냄새라고나 할까.. 앞에 앉은 사람들이 너무나 맛있게 먹길래..
그냥 억지로 먹고 말았다.
그리고 두번 다시 쌈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왜 안 먹냐는 질문에 내 입에는 안 맞다라고 한마디 했지만, 식사를 마친후에 내가 느낀 냄새를 얘기하니 다 이상하단다.
이상해야 할 사람은 난데 말이다. 도대체 그 냄새 고약하고 좋은 맛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 것을 맛있게 먹을 수가 있지?
난 왠만한 음식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맛있게 먹지만 내가 정한 내 맛의 스펙트럼을 벗어나면 몸서리쳐진다.
즉, 내가 맛없다고 하면 그건 정말 음식이 아닌 수준인거다.
부페가면 단골로 나오는 열대과일이 있다. 붉은색의 둥근 것에 가시 같은 것이 돋혀 있고 속을 까면 하얀 속에 아몬드만한 씨를 가지고 있는게 있다. 그런 것들이 몇 종류 되는 것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고,
그 중에 한 종류를 먹고 바로 뱉어낸적이 있다. 정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고구마 썩은 맛인 거다.
"야. 이 고구마 썩은 맛 같은.. 이걸 왜 먹냐??"
그렇게 투정을 하자 처가 한마디 했다.
"응.. 그 맛으로 먹어.."
참내.. 사람들도 이상하다..
가끔 고구마 케익에서도 그런 고구마 썩은 맛이 난다. 신선하지 못한 정말 썩은 고구마를 쪄서 넣었나보다.
난 이렇게 세 가지 정도가 내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습관이라고나 할까.
뭐, 다들 남들에게 피해주지는 않으니까 그리 나쁜 것은 아닌데,
가끔 내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불쾌한 것이 있다.
사실 난 손에 땀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면 조금이나마 땀이 묻게 되고 결국 마우스나 키보드는 찐득해진다. 그러면 난 물수건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닦는다.
키보드는 주기적으로 다 분리해서 물로 세탁해서 다시 조립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우스는 항상 천을 씌워놓는다. 천을 씌우고 클릭이나 휠을 돌린다. 플라스틱의 마우스를 손으로 직접 만지면 금방 땀이 차서 찐득해지지만 그렇게 천(정확히 말하면 안경닦는 천)을 씌워 놓으면 한결 손이 상쾌하다. 주기적으로 그 천만 빨래를 해주면 된다.
난 손에 뭔가가 묻었거나 땀이 찼다면, 씻거나 닦고서 컴퓨터를 사용한다. 그런데 나보다 손에 땀도 많은 사람들이 항상 내 컴퓨터를 사용할때면 마우스 위의 천을 벗겨버리고 사용한다. 물론 그 들에게는 그 천이 더 불편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남이 사용하고 난 다음에 내가 다시 사용하면 어김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는 찐득하다. 그리고 손 끝이 찌릿찌릿해진다. 결국 물수건으로 다 닦아내고서야 작업을 할 수 있다.
뭐. 좋다. 서로간의 다른 점을 내가 나에게 맞추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 마우스위의 천을 옆으로 치워놓았다면, 컴퓨터 사용이 끝난 후에는 원상태로 다시 덮어놓는 예의쯤은 지켜줬으면 한다.
남이 사용하고 난 뒤의 내 컴퓨터를 봤을 때, 마우스 위의 천이 다른 곳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제일 화가 난다.
그걸 원 상태로 씌우는 것이 분명히 힘이 드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마우스 위의 천을 원위치로 해놓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 사람에게는 다시는 내 컴퓨터를 사용하게 하지 않는다.
아무튼 에어콘을 틀어도 선풍기를 틀어도 밤새 땀에 절은 찐득한 몸으로 컴퓨터를 사용했더니,
키보드가 너무 찐득하다~~~~~~
페이스북 노트 2011-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