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도였다.


어울리던 친구여럿이서 미팅을 했다. 


미팅은 성공적이었고 우리들은 다시 만나 인천에 놀러가기로 했다.


남자 4, 여자 4명이서 인천-월미도로 갔다. 놀이기구도 타고 놀다가 영종도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표를 끊고 기다리다가 배를 탔다.


난 원래 동해안 촌놈이었지만 배는 잘 타보지를 못했다. 큰배를 타고 바다를 가른다는 즐거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선상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뱃머리에 서자 앞으로는 하얀 파도가 갈라지고 머리위에는 많은 새들이 날아다녔다.


이때, 우리의 친구인 깡통희가 너무 기쁜 나머지 한마디 외쳤다..


"야~~!!~  비둘기다..!!"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평소 눈치없는 행동을 많이 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이것은 좀 심했다.


바다에서 날아다니는 새를 보고 비둘기라니...


우리는 여자애들에게도 쪽팔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쪽팔렸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야이..등신 새끼야..저게 어디 비둘기냐? 기러기지.."


그렇게 가르쳐 주고 나니 깡통희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맞다..맞다...기러기였지..."


하고 좋아했다...


우리도 제대로 된 지식을 가르져준 것에 대한 기쁨으로 흐뭇해하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푸득푸득..." "킥킥킥.." "끄흐흐흣.."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참느라 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어..사람들이 왜 웃지.."


우리들은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알았다..


바닷가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은 "비둘기"도 "기러기"도 아닌 


"갈매기"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




- 날짜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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