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6 13:13
현재 많은분들께서 도서관 설립에 대해서 고생하시고 계십니다.
좋은 취지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폐를 끼치는 말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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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때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당시 새소년, 소년중앙, 보물섬 같은 월간지를 매월 사보던...
생각해보니 없는 살림에 장남새끼가 원한다고 다 해주시던 부모님께 새삼 감사드립니다.
제가 아직 글을 깨우치기전에 집에는 누나들이 보던 만화책들이 있었습니다.
누나들에게 읽어달라하니 처음에는 좀 읽어주다가 나중에는 귀찮았던지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그에 열받은 저는 글도 모르면서 만화책의 그림만을 보면서 책장을 넘기고 넘기고 또 넘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어느순간 제 자신이 만화책의 그림만 보고 있는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글을 깨우쳤습니다.
(그래서 우리 애들이 책 읽어달래도 니들이 알아서 읽어하고 냅둡니다. 안좋은 교육 경험입니다만...)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저는 그때부터 눈에 띄는 책은 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유아원 들어가기전이었으니까 아마 5살쯤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읽으면서도 한부류의 책은 읽지 않았습니다.
위인전이었습니다.
세계명작소설집. 추리소설. 셜록홈즈시리즈.. 등등 다 읽으면서 위인전 전집은 안 읽은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어느 두메산골.. 불빛없는 밤에 한줄기 빛이 내려와 초가집을 비추니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아이가 바로 ○○○이다."
제가 집어드는 위인전의 대다수가 시작이 저런식이었습니다.
유관순. 이순신. 강감찬......
어느 위인이었던 태어날때 모두 용이 내려오던, 빛이 내려오던.. 출생부터가 남달랐습니다.
저는 첫장을 읽고는 책을 다시 책장에 넣었습니다.
이후 아직까지 위인전을 읽지 않습니다.
무릇 위인전이란 그 사람의 인생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것인데 이미 태어남이 다른 종자들한테 뭘 배우겠습니까..
저는 용의 기운도, 근사한 태몽도, 새벽에 한줄기 빛이 우리집을 비추지도 않고 태어났기에...
노력을 통해서는 위인이 될수 없다는 것을 조장하는 그런 위인전을 읽지 않았습니다.
당시 출판사에서 위인들을 위인답게 만들기 위한 컨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아이들을 우습게 보고 "계몽"하려는 의도가 눈에 보였던지라.... 아직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요즘은 그런 식의 위인전이 없겠지만...
배움이라는 것은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의 노력에 대한 경외심이지 이미 다른 부류에 대한 질투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지극한 개인생각입니다만..)
저는 아직까지 위인전을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삼국지...
삼국지를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하고는 뭐뭐를 하지말고 열번 읽은 사람하고는 뭐뭐를 하지말라....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소리!!
저는 삼국지 전집을 읽은 적은 없습니다.
그저 어린이 명작 극장.. 같은 티비에서 인형극 삼국지를 봤었고..
만화나 요약본 같은 걸로 접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에 누나집에 가서 만화 삼국지 첫권을 들었다가 40권 전권을 며칠 날밤을 까고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은...
개쓰레기!!
삼국지가 인생의 어쩌고 저쩌고 하는 평이 있지만..
저는 그냥 쓰레기 소설같습니다. 특히나 그걸 어린아이들에게 권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를 보면서 영웅의 모험이나 충성, 의리 이런 것들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저...
목을 벴다.
목을 쳤다.
배신했다.
백성 만명을 학살했다.
모사를 꾸몄다.
목을 벴다.
울면서 목을 벴다.
돌아와서 목을 쳤다.
비웃으며 목을 벴다.
무릎을 꿇었다.
목을 벴다.
군사 천명이 날아갔다.
목을 쳤다.
목을 벴다.
속였다.
목을 쳤다.
......
과연 이게 아이들이 읽으라고 만든 책일까요??
고전에서 인생을 배워라??
개뿔~~~
인명경시, 남녀차별, 인종차별..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배척해야할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습디다....
자기 판단이 가능한 성인이라면 모르되 아이들에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검마루가 교회 노래를 부르기에 누가 가르쳐 줬냐 물으니 어린이집에서 배웠답니다.
분노가 극에 달해 원장선생님에게 전화하려하니 일요일이라 하지말라고 오히려 애엄마가 저를 구박합니다.
다음날 전화했습니다.
아이가 교회 노래를 부르더라.. 어찌된거냐하니..
담당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부르기 좋은 노래라 가르쳐 준거 같다고 말하며 죄송하다고 합니다.
선생님. 애 엄마가 초등교사인거 아시죠? 저도 교육학으로 박사까지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아이 교육은 선생님이 전문가라 전적으로 믿고 맡기고 늘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캐롤송도 아니고 주님의 사랑으로 어쩌고 하는 개소리를 아이들에게 좋다고 가르치는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특정 종교에 대한 세뇌는 인권탄압이라 생각합니다. 다시는 그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십시요.
...
물론 제 생각이 특정 종교인들에게는 거슬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교차별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세뇌와 강요에 의해 사상이 결정되는 것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경험보다는 책을 통해 배우는 아이들에게 삼국지같은 소설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사람 목을 베는 걸 레고 블럭 부수듯이 쉽게 생각하는 소설을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릴때 정비석씨의 초한지를 읽고 감명 받아...
(이때까지 이분의 필력을 따라가는 소설가는 못 본 듯 합니다.)
남자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고..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 운동회때 인간탑쌓기를 거부하다가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은 적도 있습니다.
덩치크다는 이유로 남들 밑에서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버텨야 되느냐? 라는게 거부 사유였으니.. 맞아도 싸긴합니다만...
이후 살면서 아버지와 장인어른을 빼고는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은적이 없습니다.
어릴때 형성된 잘못된 생각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을 누구 앞에서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키우고 싶습니다만 그게 남을 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상을 주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삼국지같은... 또는 우리의 고전 작품들이 어른들의 기준이 아닌 과연 아이들에게 선한가를 고민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
어제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주절주절 해봅니다...
댓글
다른분 - 전 헨젤과 그레텔 읽어주다가... 덮었어요... 불가마에 마귀할멈을 밀어넣는... 제가 막 상상이 되서... 이걸 읽어줘야하나.. 빨간모자와 늑대도... 늑대배를 막 갈라서 돌을 넣고... 이것도 좀싫어서 잘 안읽어줘요..
나의 댓글
2015.02.17 23:48
전 오늘 검마루가 들고온 책을 보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림형제의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양이었는데.
늑대가 아기양들을 통째로 삼키고 잠이 드니 엄마양이 배를 가위로 째고 아기양들을 구한 뒤 돌을 집어넣고 꿰매는 내용이었습니다.
읽어주기가 민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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