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2 11:43
포천에서 포도 농사를 지으시는 장인, 장모님은...
잉꼬입니다.
결혼하고 살면서 한날도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몇 년간 지켜본 바..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아내를 처음보고 나서 어른들을 뵈었을 때... 너무나 다정한 그 분들에게 반해서...
'아~ 이런 분들 밑에서 자란 여자라면 인생을 같이 해도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뒤도 안돌아보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
..
자승자박...
...
제가 너무 앞을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저의 자유로운 영혼을 옥죌 줄이야~~~~~
..
제 아내는 부부라면 늘 붙어서 살고 집에서 같이 잠을 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전 아닙니다.
집이란 .. 뭐 별거 있나? 바람 안 들어오고 비 안맞으면 아무데서나 자면 되지 뭐... 살다보면 여기서 잘 수도, 저기서 잘 수도 있지 뭐..
이러다 보니.. 우리 부부의 싸움의 원인은 딱 하나~ 제가 술 먹고 사무실에서 잔다던가.. 밤새 술먹고 아침에 온다든가.. 이 것 밖에 없습니다.
처음 결혼하고 약 반년을 의정부와 청주에서 주말부부를 했는데... 왜 사람들이 주말부부를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고 농담하는지 알았습니다.
그 때는 서로가 그리워서 견우와 직녀 빰 정도는 서너번 후려쳤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살게되면서 그녀는 나의 실체를 알게 되었죠...
아~~ 이 놈은 술만 처먹으면 한도 끝도 없구나... 라는 것을요....
싸움의 원인이 그것이다보니... 지나가는 토끼 백마리를 불러서 물어봐도 제가 잘못했다고 할 겁니다.
...
...
저의 고향집은 경북 울진이라는 곳에서 조그만 구멍 가게...일명 점빵을 운영했습니다.
아버지는 밖에서 장돌뱅이셨고, 어머니는 집에서 가게를 운영하셨는데.. 뭐... 나름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에 있을때, 가게에 손님이 오면 항상 엄마는 이것저것하느라 바쁘니 우리 자식들보고 나가보라 합니다.
손님이 와서 부릅니다.
"야요~~"
"야.. 복x아.. 나가봐라~"
"아이... 누나야 누나가 나가봐라"
"싫다.. 니가 나가라"
맨날 이런식입니다.
그러니 집에 있으면 잠시 앉아 있을 틈도 없이 왔다갔다 해야되고.. 그러니 집이 싫어질 뿐입니다.
남들은 집이 아늑하고 편안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저는 집이 불편하고 귀찮고 일하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남들하고 집이란 개념이 다르게 형성되는 시기였습니다.
이후 고등학교를 버스를 타고 2시간이나 가야되는 곳으로 진학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고향집보다는 바깥에서 자취와 하숙을 하게 되었으니..
고향집의 아늑함에 대한 정서는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의정부도 ..... 사실은 장인어른이 살던 집인데... 장인어른이 포도농사를 지으러 시골 들어가시면서...
집 비었으니 둘이 들어와 살아라.. 해서 들어가게 된겁니다.
장인소유니 여러가지로 많은 편함이 있었지만.. 제 집은 아니잖아요....
...
이제 브리즈힐은 제 집입니다. ( 물론 소유자는 아내라.. 쫓겨나면 다시 빈털털이입니다. ㅎㅎㅎㅎ )
예전에 술에 취해 아파트를 걸어오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 "에헤라디요~ " 하고 흥얼거린 글을 밑도끝도 없이 올린 적이 있는데..
...
40년동안 없었던 집에 대한 개념이 이제 생긴 것 같습니다.
집은 더이상 귀찮고 불편한 곳이 아니라..
편하고 아늑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요....
.....
한가지, 아내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라는 잔소리만 빼면 딱 좋을 것을......
푸하하하...
그래서 음식물 분쇄기 달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너를 위해 분쇄기를 달아주겠어."
라고 하니..
"지 편하자고 달면서 생색은~~"
눈치챘나 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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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여러가지 사소한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해결해나가며 웃음 꽃이 피는 집이 되어야죠...
그리고 우리 단지 누구에게나 즐거운 나의 집이 되는 그런 아파트를 만들어나가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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