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7 10:06


어느날이나 마찬가지로 감기걸려 콜록대는 마누라 팽개치고 동네분의 호출에 맥주한잔 하고 들어오니 나즈막히 한마디 합니다.. 

- 동대표 하지마~~ 

- 응?? 어.......... 

맨날 술먹고 다니는 걸 탓하는가 싶어 변명못하고 조용히 있으니... 뭐라 한마디 붙입니다.. 

- 욕먹고 다닐거면 그거 하지마.. 

ㅋㅋㅋ 카페도 안 들어오는데 어디서 뭐라도 주워들었나봐요.. 

괜히 안심되어 ㅋㅋㅋ 하고 웃으며 거실로 나와 쭈그리고 이 글을 씁니다. 

맨날 사람 만나느라 술먹고 다니는 걸 걱정하며 뭐라했다면 할말 없는데.... 욕먹고 다니는 게 불쌍해서 한마디 한거면.. 뭐..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도 겪고 싸우기도 하고 욕하기도 욕먹기도 하는 건데... 뭐.. 다행히 안심입니다. 그런 이유로 반대한다면.. 별 걱정이 안되네요.. ㅎㅎ 

오늘 위층, 아래층, 건너층 형님들하고 술먹으며 주제없이 온갖 얘기를 하다보니 전에 제가 올린 교육심리에 대한 글이 참으로 위험한 말이다라고 하여... 글로 짧게 표현하다보니 오해도 생기고 했던 부분을 말로써 모두 해소를 했습니다. 

...... 

제가 속해있는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회비 거둬 모인돈으로 술이나 먹고 의리 다지며 으쌰으쌰하는 모임인데.. 

하루는 우리가 이렇게 의미없이 술만 먹지말고 좋은 일 하자..라는 생각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여러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이.. 고아를 후원하자 였습니다. 

마침 가르치던 제자중에 청주의 모 고아원에서 자란 학생이 있어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청주 모 고아원의 한 아이와 후원을 약속하였습니다.. 

그 아이를 선택할 때에도 쉬웠던 건 아니고, 많은 의견차이와 시간이 허비되었습니다. 

초등학생 한 명을 선택해서.. 

모임인원이 2인 1조가 되어 2달에 한번씩 찾아가 재밌게 놀아주고, 선물도 하고 용돈도 주었습니다. 

올해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벌써 4~5년이 되었네요.. 

그러나 이때까지 오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다들 교육학 석박사이자 현직 초중고 교사 및 교수도 있었지만 의견 차이는 늘 발생했습니다. 자기들이 교육 전문가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지만 애 하나 어떻게 잘 만들어보자는 사안에서는 중구난방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아이를 케어하는데에는 기술적인 사항이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여러번의 실수뒤에 나온 우리들의 룰은... 

면회조가 되어 만났을때 절대 고가의 선물을 하지않는다. 1회 1인에 한해 2만원이상의 용돈을 주지 않는다. 등등이었습니다. 

이유는 그 아이를 24시간 데리고 있지 않는 이상 그 아이는 고아원의 규칙에 따라야 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의라고 생각하여 베푼 선물들과 용돈이 그 세계에서는 그 아이가 질투의 대상이 되고 따돌림을 받을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고아원을 찾아갈때는 그 곳의 모든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피자나 햄버거를 사서 주고 그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놀았습니다. 

작년은 그 아이가 그렇게 공부도, 운동도 소질없다는 것을 아는 우리들에게 매우 고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어차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하여 자기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진학문제로 엄청 고민하고 알아보고 하다가... 결국 그 아이와 담당 선생님과 여러가지를 상담하여 모 공업계열 공고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올 1월에 모임 집들이 할때도 데리고 와 같이 놀기도 했습니다. 

모임에서 고등학생이 된 그 아이에게 휴대폰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없는 그 아이의 보증이 안되어 휴대폰 개통이 안된답니다. 고아원 선생님은 이미 본인 명의로 개통할 수 있는 한계는 넘었고요.. 

결국 모임 회장형의 명의로 개통하여 선물하였습니다. 그리고 모임 밴드어플에 가입시켰죠. 

그리고 그 아이가 남긴 첫 말은.. 

큰아빠들 저 학교도 잘 다니고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핸드폰도 너무 잘쓰고 있어요. 항상 큰아빠들에게 감사합니다.. 

이런 글이었습니다. 평소 숫기가 없어 말도 잘 안하던 놈이었는데.... 

평소 멀리 있다는 이유로 잘 찾아가보지도 못하는 저는 부끄러워 그 글을 끝까지 읽지를 못하였습니다. 

.... 

이렇게 노하우가 생긴 우리들은 작년에 후원하는 아이를 한명 더 늘렸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많은 시간도 필요한것도 아니고.. 이름모를 아프리카의 누군가처럼 만날수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우리가 모두 자산사업가나 재벌도 아니기에 모든 아이들을 챙길수는 없고... 그저 그렇게... 도와줄 수 있는 범위내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혹, 이 얘기를 곡해한 친구는 너희들이 그 아이의 인생을 이래라 자래라 할 자격이 없다며 말합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우리는 조언자일뿐이고, 매일 밥 먹여주는 사람이 아닌 가끔 김밥을 사줄 뿐이고, 모든 선택은 스스로 하게 만들고... 만약 그 아이가 어떤 의지로 무언가를 하고 싶을때 도와줄수 있는 조력자일 뿐이다라고.. 

우리는 그 아이에게... 만나서 사탕하나 얻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든든한 자신감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 

보통 글 컨셉잡고, 머리속으로 내용구상하고, 가장 적절한 제목을 선정하고 글쓰기 시작하는데....... 이번 글은 제목하고 전혀 별개로 노네요.. ㅎㅎㅎ 

게다가... 글쓰고 확인 버튼 누르지 않고 잠들어.. 이제서야.. 임시로 저장된 글 꺼내서 올려봅니다... ㅋ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