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파트 2층에 산다.


한국과는 다른게...


여기는 네모반듯한 콘트리트 고층 건물이 아파트가 아니라..


한 회사에서 관리하는 ... 2~3층.. 집들이 모여 있는... 그런게 아파트다..



처음에 단독 주택을 얻으려 했으나.. 그것도 다른사람에게 순위 밀렸고..


미국에 아무런 연고와 신용이 없던 나는 집 얻는 것조차 힘이 들었고, 백교수님의 보증까지 서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



그렇게 아파트 2층에 이런 저런 가구들을 들이며, 자리 잡아 가고 있는데..


걱정되는 것은... 건물이 목조라... 아이들이 살짝만 뛰어도 궁~ 궁~ 하면서 울리는게 장난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때도 콘크리트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층간 소음은 문제였지만...


여기는 건물이 목조라.. 더욱 심한거 같다.


..


백교수님의 사모님이 말씀하셨다. 아래층에서 항의하는 것도 복불복이긴 한데...


기왕이면 처음부터 인사를 잘 해서.. 좋은 관계 가지라고...


...


그래서 뭐를 주면서 인사할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제일 무난한 과일을 사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처럼 과일 바구니 같은 상품이 없어서.. 


Fred meyer가서 오렌지, 바나나, 사과, 블루베리등을 사고, 바구니까지 하나 샀다.



그리고 와이프랑 애들을 끌고 1층에 갔다. 


"똑똑똑"


"......"



"헬로우~"


"......"


묵묵 부답...


안에 불은 켜진거 같은데.. 전혀 응답이 없다.


결국 못 만나고 다시 2층으로...


...


아래층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채, 며칠이 지났다.


하루는 마루를 유치원 보내려고 나가는데...


드디어 아래층의 문이 열리는게 아닌가...


살짝 긴장하며 누가 나오는가 봤는데...


..


키도 크고 잘생긴 인도계열 남자가 출근하려 나오고 있었다.

..


얼떨결에..


"하이~" 하니...


그 쪽도 쑥스러운 듯... "헬로우~!" 하고 종종걸음으로 주차장으로 나간다..


..


가만히 무슨 차를 타는지 지켜봤다. 


..


그 날 저녁...


타고 갔던 차가 다시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와이프와 애들을 끌고 다시 내려갔다.


하지만..... 노크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또 만나지 못하고 올라왔다.


..



그렇게 몇 번을 찾아갔었다..


분명히 안에 있는 것 같은데.... 노크 소리에 응답이 없다.


갈때마다 새 과일을 사서 채워넣고 갔지만..... 만나기엔 하늘의 별따기..


오히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마주치는 횟수가 더 많다.


막상.. 만나서 인사하려 해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무슨~~ 영어를 못하니.. 답답해서 원...


...


.......



그러던 차에 또 저녁쯤에 찾아가서 노크를 했으나, 또 무응답..


결국 와이프도 두 손들고 말았다.


"이제 끝~ 더이상 노력하지 말자."


"오케이.. 그래 끝."


...


애들도 이제 쿵쿵 대는 발걸음이 많이 줄어들었고... 신경쓰지 말고 살자.... 


..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



어제였다.


일을 보고 들어오는데....   드디어 아래층 남자가 퇴근하면서 주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간은 9시... 좀 늦은 시간이다...


잽싸게 집으로 뛰어 올라왔다.


그리고 와이프한테..


"야~ 왔어. 왔어." 


라고 외쳤다.


설거지를 하던 와이프가 놀라서 묻는다.


"뭐가 와?"


"아래층.. 아래층..  빨리 과일 바구니 줘~"


후다닥...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서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가는 계단은 외부에 난 나무 계단...


..


한걸음에 뛰어가서는 숨을 고르고..... 


...



노크했다..


"헬로우~~"


...



"엡~"


아!~  드디어 대답이 나왔다. 흐하하하하..



문이 열린다.


서로 지나가면서 인사를 했으니 내가 위층에 산다는 건 뻔히 아는 사실..


"하이.... 난 위층에 살아.."


"응.. 알아.. 반가워"


"음... 나도 반가워.. 내 이름은 복문이야... 한국에서 왔어."


"아..그래? 어디서 일하는..."


"응.. BSU, 보이시 주립 대학에.. 방문학자로 왔어."


"아~ 비지팅 스칼라?"


"응... 넌... 어디서 일해?"


"응.. 마이크론.."


"오~ 마이크론.. 알아... "


"지금까지 일하다가 왔어."


"그러게 시간이 꽤 늦었다."


"일이 많아... 힘들어.."


"그러게 말이야... 너 이름은?"


"하리~ 난 하리야."


"응.. 하리... 매우 반가워... ... 이건 과일이야...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이것저것 샀어."


"아.. 고마워~"


그러면서... 하리는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줄 알았나보다. 과일 바구니의 과일 하나를 집으려고 한다.


"아냐, 아냐. 이거 다 니꺼~"


"아.. 정말? 고마워."


"아냐... 그리고... 조만간.. 한번 우리 집으로 초대할께... 우리 가족이랑 같이 저녁이나 먹자.."


"오.. 고마워.. 알았어..."


"그래... 그럼... 잘자..."


..



그렇게 올라왔다..


대략 대화는 저런 내용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아먹은지는 미지수...


...



처음에 얼굴 보고 예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론 직원이었다.


..



이곳 아이다호 보이시에는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한국인 또는 인도계열 등등의 IT 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이크론에 재직한다.


...


혼자 사는지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지는 파악을 못했는데...


나이도 젋어 보이고....  낮에는 인기척이 없는걸 봐서.. 혼자 사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조만간 날 잡고.. 한번 초대해야겠다.


..


다만, 아직 미국 문화를 모르니... 한국식의 인사가 실례가 될지 안될지... 그런게 걱정이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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